4월 28일 오후 3시 30분. 화성시 장안면 화성스마트밸리 내 (주)동방비앤에이치 황운식 해외사업부 실장이 헤드셋을 끼고 자신의 책상 컴퓨터 모니터에 보이는 이효경 통역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30분 후인 4시에 있을 러시아 바이어와의 온라인 비대면 화상 상담에 앞서 미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관계자와 통역사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는 상담의 성패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니 오늘 상담에서 포커스를 어디에 맞출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듯 보였다.
4시가 되자 모니터에 러시아 바이어 얼굴이 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바이어가 말할 때는 바이어 얼굴이 모니터 중앙에 크게 나타났고, 통역사가 말할 때는 바이어 얼굴은 작아지고 통역사의 얼굴이 크게 보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모니터에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모니터 속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웃는 표정에서 상담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황 실장은 상담이 진행되는 중에 바이어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즉시 업로드 시키기도 했다. 황 실장(화성시), 통역사(서울), 바이어(러시아 모스크바) 3자간에 40분가량 진행된 상담은 서로 손을 흔들며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
오후 4시 45분. 화상 상담을 마친 황 실장을 회의실에서 만났다. 회의실에는 화성상공회의소 소속 화성시수출업무지원센터(이하 센터) 최한수 과장과 이승용 사원이 동석했다.
이날 상담은 ‘화성시 화상 상담 러시아 시장개척단’ 사업의 일환이었다. 먼저 최한수 과장에게 시장개척단에 참가한 기업 선정 절차에 대해 물어보았다.
“저희가 공고를 내면, 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업이 신청을 합니다. 신청서와 시장성 평가 자료를 같이 제출해야 합니다. 그 신청된 자료를 가지고 저희가 내부 평가를 합니다. 시장성 평가는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무역관에서 해요. 그것과 저희 내부 평가 점수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사업 참여 업체를 선정합니다. 이번 러시아 모스크바 시장개척단은 10개 업체를 선정했어요. 동방비앤에이치도 그 중 한 곳입니다. 4.5대 1 경쟁률을 보였어요. 업체 선정부터 오늘 첫 미팅을 갖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습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 중간 과정들을 체크합니다. 통역사와 화상 상담에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동방비앤에이치는 비누, 손세정제, 치약, 세탁세제 등 생활용품 제조 전문회사다. 러시아 바이어는 러시아 온라인 판매유통업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티네이처(CityNature)의 이리나 슬레프네바(Ms. Irina Slepneva) CFO, 그러니까 재무이사였다.
황 실장은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그에게 오늘 어떤 전략으로 상담에 임했는지 물었다.
“작년에도 화상 상담에 참여했었는데 그때는 성과가 거의 없었어요. 해주는 대로 그대로 따라갔었거든요. 올해는 제가 타겟을 정했어요. 바이어 섭외해주시는 코트라 현지 무역관 담당자에게 말씀드렸어요. 우리는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디지털 채널이 있는 업체들만 어레인지 해달라. 디지털 채널에 있는 고객하고 오프라인 채널에 있는 고객하고 색깔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디지털 채널에 몰려 있는 고객들은 20대와 30대 여성, 그리고 배운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그 타겟이 돈이 있어요. 우리 회사는 저가 시장을 보는 게 아닙니다. 중고가 시장이 목표예요. 우리하고 맞는 게 온라인 채널이에요.”
황 실장은 상담 만족도를 5점 만점에 3.5점이라고 평가했다. 3.5점은 제대로 된 바이어를 만나 만족했다는 의미였다. 통역사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점이었다. 통역사가 마치 황 실장 자신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화상 상담은 황 실장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지금은 해외 출장을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존 바이어도 못 만나요. 이런 상황에서 바이어를 새롭게 개척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우리 회사는 CJ라이온, LG, 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브랜드도 약하고 네트워크도 약해요. 다행인 건 메이드 인 코리아 자체가 브랜드화 돼 있다는 겁니다.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것만큼 돈 안 드는 것도 없잖아요. 정부가 바이어 섭외 다 해주고, 코트라 통해서 검증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준단 말이죠. 화상 상담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바이어를 개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거죠. 목숨 걸어야죠. 하하.”
황 실장은 한 시간 남짓 걸린 인터뷰 시간 동안 줄곧 ‘라이브 커머스’를 주장했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황 실장은 1986년 설립된 동방비앤에이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오랜 세월 쌓아온 제조 노하우를 꼽았다.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황 실장에게 물었다. 상담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바이어는 우리가 믿을 만한 기업인지를 계속 확인하더군요. 직접 제조를 하는지, 누구랑 거래하는지, 러시아와 거래한 적이 있는지, 제품 리스트와 가격 테이블은 어떤지, 이런 질문들을 하더군요. 바이어가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제안서를 보내주기로 했어요. 바이어가 영어도 잘 하더군요. 앞으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기로 했어요. 오늘 상담은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상대방 바이어들에게 대한 디테일 정보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더군요. 끝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화성시에 있는 사장님들이 화상 상담을 많이 활용하시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요.”